연구성과
기계·화공 노준석 교수팀, 커피 증발하는 원리로 눈 ‘번쩍’ 뜨이는 반도체 입자 만든다
[노준석·조항진 교수팀, 커피링 효과 이용해 기존 소재 대비 20배 밝은 퀀텀닷 배열법 개발]
흘린 커피를 바로 닦아내지 않으면 커피 자국의 가장자리가 다른 부분보다 진하게 남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커피링 효과(coffee ring effect)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같은 원리를 이용해 아주 작은 반도체 입자인 양자점(퀀텀닷, quantum dot)의 배열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간단한 방법으로 기존 대비 20배 이상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수 있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첨단원자력공학부 조항진 교수, 김무환 교수, 첨단원자력공학부 한태양 박사,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노재범 씨 연구팀은 현탁액(suspension)이 증발할 때 일어나는 현상을 이용해 퀀텀닷 배열법을 개발했다. 현탁액이란 흙탕물, 먹물, 페인트 등과 같이 내부에 고체 입자가 분산해 떠 있는 액체를 말한다.
수 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퀀텀닷은 유체가 흐르는 대로 잘 따라간다. 컵에 커피 방울이 흘러내린 채로 두면 커피 자국이 남듯, 퀀텀닷 입자를 담은 현탁액이 증발하면 이 입자들은 모세관력에 의해 액체 방울의 가장자리와 같은 특정 영역에 자동으로 배열된다.
이 성질을 이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지만, 실제로 디스플레이에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밝기 구현은 어려웠다. 지금까지는 고가의 장비를 이용해 퀀텀닷을 기판 위에 직접 찍어내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제품 단가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준석·조항진 교수팀은 브이(V)자 구조물을 이용해 현탁액 증발 과정에서 퀀텀닷을 아주 작은 크기의 화소 형태로 배열하고자 했다. 액체를 붓고 증발시키면 V자 안쪽에 액체가 빨려 들어가 입자가 쌓이도록 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 이 방식으로 제작된 퀀텀닷 화소의 밝기는 비교군보다 20배 이상 밝았으며, 각 화소 간 밝기 균일도는 98% 이상으로 매우 균일했다.
노준석 교수와 조항진 교수는 “최근 가전 업계에서는 밝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기 위해 퀀텀닷을 TV의 컬러필터에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퀀텀닷 배열법을 이용하면 고가 장비 없이도 현탁액을 뿌리기만 하면 밝은 퀀텀닷 화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앤 인터페이시스(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에 최근 게재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RLRC선도연구센터사업, 핵융합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