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물리 김지훈 교수팀, 190년 만에 옴의 법칙 깨는 ‘블랙스완’ 금속 발견
[옴의 법칙 깨는 바일금속 성질 밝혀]
전기회로에서 전지의 전압이 달라지면, 같은 전구라도 밝기가 변한다. 똑같은 전압의 전지를 달고 저항이 다른 전구를 켜도 밝기가 달라진다. 전압은 전류가 흐르도록 하고, 저항은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압, 전류, 저항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법칙이 바로 ‘옴의 법칙’이다. 1827년, 독일의 과학자 옴(Ohm)이 수많은 실험을 거친 끝에 전류의 크기는 금속에 걸어준 전압에 비례한다는 ‘옴의 법칙’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에는 “그런 사론(邪論)을 퍼뜨리고 다니는 교수는 과학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격한 비난을 받을 정도로 많은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 법칙은 190년간 깨지지 않은 경험 법칙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옴의 법칙이 바일금속(BiSb)에서는 깨지고 만다는 사실이 물리학과 김지훈 교수-대구대 공동연구팀을 통해 발견됐다.
이 금속에서는 특정한 방향으로 전기장을 걸어주면, 저항 없이 전자가 전기장 방향으로 움직이며, 전기장에 따라 전자의 밀도도 변했다. 즉, 전압에 비례해서 전류의 크기가 변한다는, 중학생들도 배우는 ‘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사실이, 실제로는 우연히 발견됐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모은다. 연구팀은 열전물질의 에너지 변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바일금속의 독특한 성질을 연구하던 중 옴의 법칙이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김지훈 교수는 “바일금속이 가진 독특한 특성 때문에 저항 없이도 흐르는 전류가 있을 수 있는데 그 누구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실험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번 결과를 금속의 ‘블랙스완(Black Swan)’이라 표현했다. 블랙스완이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성과는 옴의 법칙 위에 만들어진 기존의 전자공학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사건으로, 사실 아직까지 어떻게 응용할지도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저항이 없어 전력 손실 없이 흐르는 전자를 이용하면,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금속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으며 전력 소모는 극히 적으면서도 기존의 반도체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가진 트랜지스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속은 실리콘 등을 이용한 다른 반도체에 비해 열을 빨리 내보내기 때문에 발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재 분야의 권위지인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처음 게재된 이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로 손꼽히는 네이처를 통해 주목할 만한 연구(하이라이트)로 다시 한번 학계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