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물리 박경덕 교수팀, 빛의 ‘길’이 보여준 해답의 ‘길’
[박경덕 교수팀, 광도파로로 극성반도체입자 능동 제어 성공]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의 주인공 ‘브루스’는 우연한 기회로 신을 만나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브루스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며 영화는 끝이 나지만 브루스는 아주 잠시 모든 것들을 제어할 수 있는 달콤한 꿈을 꾼 것이다. 이처럼 만사는 개인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빛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OSTECH 연구팀은 획기적인 광통신 개발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는 ‘극성반도체입자(trion)’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물리학과 박경덕 교수 · 통합과정 이형우 씨 연구팀은 나노 플라즈모닉 광도파로*1(plasmonic waveguide)를 이용하여 고순도의 극성반도체입자를 생성하고, 입자가 생성되는 위치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 물질에 빛을 쏴주면 ‘엑시톤(Exciton)’이 생성된다. 엑시톤은 전자와 양공*2이 결합된 입자로서, 전기적으로는 중성인 상태다. 엑시톤에 전자 하나가 더 결합되면 ‘극성반도체입자’가 된다. 두 입자 모두 차세대 광통신 소자와 태양 전지에 활용되지만 극성반도체입자는 전기장으로 제어가 가능하고 쉽게 결합이 풀려 실질적인 소자 응용에 더 이점이 있다.
연구팀은 극성반도체입자를 생성하기 위해 폭이 약 200 나노미터(10-9m)인 ‘나노 플라즈모닉 광도파로’를 사용했다. 플라즈모닉 광도파로는 빛을 자유전자의 공명 현상인 ‘플라즈몬(plasmon)’ 형태로 바꾸어 파장보다 작은 공간에 강하게 가둔 뒤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구조이다. 광도파로 위에 이차원 반도체물질을 전사하면 광도파로의 홈을 따라 이차원 반도체가 늘어지게 되는데, 이 때 빛을 쏘아주면 반도체 내에 생성된 엑시톤은 깔때기에 물을 부은 것처럼 광도파로 중심에 모이게 된다. 이와 동시에, 광도파로의 플라즈몬은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어 광도파로의 금속에 있는 전자를 반도체로 이동시키고, 이때 이동한 많은 양의 전자가 엑시톤과 함께 광도파로 중심으로 모이게 되어 결합하여 극성반도체입자가 생성되는 것이다.
또, 연구팀은 적응광학과 나노광학을 결합한 공간 빛 제어 기술을 이용하여 극성반도체입자가 생성되는 위치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플라즈모닉 광도파로 내 원하는 위치에 플라즈몬을 만들고, 극성반도체입자가 생성되는 위치 역시 제어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전기’가 아닌 ‘빛’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빛이 이동하는 길을 통해 광학 소자 개발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이다. 또, 엑시톤과 극성반도체입자 같은 입자를 연구하는 ‘엑시토닉스’와 플라즈몬을 탐구하는 ‘플라즈모닉스’ 등 다양한 분야를 결합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통상 우리는 한계에 부딪힐 때 한 분야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연구팀은 여러 분야의 융합을 통해 이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성과는 극성반도체입자 기반 광학 소자를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고효율의 에너지 광변환 소자를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의 제 1 저자인 이형우 씨는 “극성반도체입자를 나노공간에서 생성 및 제어하는 새로운 물리적 개념을 정립한 이 연구를 바탕으로, 반도체입자 기반 원거리 정보통신 연구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에 사용된 플라즈모닉 광도파로 제작에는 삼성전자 주혁 부사장팀, 샘플 사전분석은 전북대 이홍석 교수팀과 안상민 교수팀, 시료의 제작에는 성균관대 김기강 교수팀이 참여했으며, 물리학과 통합과정 구연정, 강민구, 주희태 씨가 측정 연구를 함께 수행하였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4월 12일자로 출판됐으며,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1. 광도파로
빛의 전반사 성질을 이용하여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은 구조물 내에서 빛이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길 혹은 터널을 의미한다.
2. 양공
전자들이 모여있는 데서 몇 개가 빠져서 생긴 구멍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