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물리 이대수 교수팀, 1억분의 1m 위로 데이터 그리는 ‘마법의 펜’

2022-09-26 568

[POSTECH·숭실대·서울대 공동연구팀, 뾰족한 탐침 ‘콕’ 찍어 나노미터 크기에 데이터 저장하는 방법 제시]

[준안정 상태 물질 활용…기존 연구 대비 데이터 저장 용량 10배 높여]

SNS 팔로워가 수만 명에 달하는 해외 예술가 ‘프랭크 홀젠버그(Frank Holzenburg)’는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그려 화제를 모았다. 종이 위에 작은 그림을 그리듯, 10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보다 작은 영역에 마음껏 데이터를 그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리학과 이대수 교수, 숭실대 물리학과 박세영 교수, 서울대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이지혜 박사 공동연구팀은 뾰족한 탐침으로 ‘콕’ 찍어 데이터를 빽빽하게 저장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약한 자극으로도 성질이 쉽게 바뀌는 준안정*1 상태의 물질을 이용한 성과다.

준안정 상태의 강유전체*2인 칼슘티타네이트(CaTiO₃) 박막은 탐침으로 살짝 누르기만 해도 물질의 분극*3 방향이 바뀐다. 100나노뉴턴(nN)의 아주 약한 힘이면 충분하다. 연구팀은 이 힘으로 분극 전환 영역의 너비를 10nm보다 작게 만드는 데 성공, 데이터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가능성을 찾았다. 영역의 크기를 작게 할수록 하나의 물질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막 위에 탐침으로 데이터 저장 영역을 그려낸 결과, 저장 용량이 1테라비트(Tbit)/cm²까지 늘어났다. 다른 물질로 탐침 기반 저장 방법을 제시했던 기존 연구 결과(0.11Tbit/cm²)보다도 10배나 높다. 전기장을 이용한 데이터 저장법과 달리, 탐침을 이용한 방법은 적은 힘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자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다.


이 연구성과는 안정적이지 않은 준안정 상태에서 물질이 오히려 더 높은 성능을 낸다는 사실을 입증한 흥미로운 결과로 주목받는다. 향후 집적도와 효율을 높인 차세대 전자소자에 활용이 기대된다.

한편, 물리학계의 권위지 중 하나인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기초과학연구소, 기초연구사업,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준안정
어떤 물질이 다른 형태로 달라져야 할 온도에서 전이되지 아니하고 안정된 상태.

2. 강유전체
외부 전기장 없이도 스스로 분극을 가지는 재료로서 외부 전기장에 의해 분극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 물질.

3. 분극
유전체를 전기장 속에 놓았을 때 그 물체의 양끝에 양전하와 음전하가 대전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