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신소재 김용태 교수팀, 수전해조 열화, ‘희생금속’으로 막는다
[김용태 교수팀, 부하변동시의 수전해조 역전류로부터 열화를 방지하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시스템 개발]
“야구는 유일하게 희생을 덕목으로 하는 스포츠”라는 말이 있다. 희생번트, 희생플라이와 같이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경기 중 자신을 죽이고 타인을 살리는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속의 부식을 막기 위해서도 ‘희생’이 필요하다. 부식을 막기 위한 금속보다 쉽게 산화되는 금속, 즉 ‘희생금속’을 사용해 부식시키는 것이다. 가로등 기둥이나 가전제품의 금속판 등에 사용되는 아연도금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미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고전적인 기술이다. 이를 이용해 청정수소를 얻을 수 있는 수전해조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제안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신소재공학과 김용태 교수, 석사과정 김윤아, 정상문 박사팀은 알칼리 수전해 셀에 전력 공급이 중단될 경우 생기는 역전류로부터 환원극이 열화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수전해조는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로, 알칼리 수전해와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로 나뉜다. 그중 알칼리 수전해 기술은 대규모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어 장점이 많고, 2020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동되는 장치 중 알칼리 수전해 기술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장치에 전원공급이 중단될 경우 장치 내에서 역전류가 발생하면서 구성품이 열화된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이 열화현상에 대한 메커니즘이나 해결책도 알려진 바가 없었다.
김용태 교수팀은 신재생에너지의 부하변동에 의해 알칼리 수전해조에 전원이 차단되어 역전류가 발생할 때, 니켈(Ni) 환원극(음극) 촉매가 산화되면서 성능이 열화된다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한편, 금속의 반응성 차이를 이용, 금속의 부식을 막는 음극방식법(Cathodic Protection)을 이용한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다.
음극방식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술로, 연구팀은 니켈 음극 촉매에 니켈보다 훨씬 산화가 잘되는 납(Pb), 아연(Zn), 주석(Sn), 알루미늄(Al)을 희생금속으로 삼아, 이 희생금속을 연결했다. 그 결과, 촉매가 역전류조건에서도 계속해 우수한 촉매 활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특히 이 기술은 고전적인 전기화학 기법으로 알려진 음극방식법을 활용해 간단하고 참신한 해결책으로 학계의 주목을 모았다.
한편 이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JACS Au’를 통해 발표됐으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JACS Au’의 Front cover image로 선정되었다. 한국연구재단의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과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