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신소재 손준우·이동화 교수팀, 파이프라인도 ‘카멜레온’처럼 색깔 바꾼다
[손준우·이동화 교수팀, 온도에 따라 색깔 바뀌는 고체 산화물 개발]
[“300℃의 고온에서도 변형 無…산업 적용 가능성 ↑”]
뜨거운 커피가 담긴 머그컵에 무심코 손을 댔다가 황급히 뗀 경험이 한 번쯤 있기 마련이다. 온도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색깔이 바뀌는 컵을 사용하면,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컵이 충분히 식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컵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도 이같은 ‘카멜레온’ 기술을 적용할 길이 열렸다. 파이프라인이나 고로의 색깔로 온도를 알 수 있다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소재공학과 손준우 교수·김영광 박사, 신소재공학과·첨단재료과학부 이동화 교수·신소재공학과 이준호 박사 연구팀은 온도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고체 산화물을 개발했다.
300℃의 높은 온도까지 견딜 수 있는 물질로 산업 적용 가능성을 한층 높인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머터리얼즈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에 속표지논문(Inside Front Cover)으로 최근 게재됐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색깔이 변하는 물질은 대개 유기물로 만들어져 100℃가 넘는 높은 온도에서 쉽게 열화됐다. 이 때문에 고온 공정이 필요한 산업에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높은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고체 산화물로 열변색성 물질을 만들었다. 연구 결과, 상온(25℃)에서 투명한 색을 띠던 이 물질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노란색으로 변했다. 특히, 300℃의 높은 온도에서도 물질의 열화 없이 가역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연구팀은 제일원리(First-principles) 계산을 사용해 열변색성 물질의 전자 구조를 규명함으로써 물질이 작동하는 원리를 최초로 밝혔다. 온도가 올라가면 물질의 전자 구조에서 밴드 갭(Band Gap)*1이 줄어드는데, 이에 따라 색깔이 바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연구성과를 활용하면 열화상카메라 없이 직접 보기만 해도 생산 장비의 온도를 알 수 있다. 물질의 작동 원리를 밝힘으로써, 향후 온도에 따른 색깔의 변화를 더욱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과 기초연구실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1. 밴드 갭(Band Gap)
반도체와 절연체에서, 가전자대와 전도대 간에 있는 전자상태 밀도가 제로가 되는 에너지 영역. 전자의 전이가 허용되지 않는 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