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친환경/신소재 김형섭 교수팀, 시소의 균형을 깨다, 금속 재료의 강도와 연신율 동시 향상
[POSTECH · 美 노스웨스턴대, 스피노달 강화법으로 강도 · 연실율 모두 높인 합금 설계]
시소의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이 내려가듯 금속 재료 분야에서도 ‘강도’와 ‘연신율’은 서로 상충된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런데, POSTECH · 美 노스웨스턴대 공동 연구팀이 최근 이 둘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친환경소재대학원 · 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친환경소재대학원 허윤욱 교수, 신소재공학과 통합과정 박효진 씨 연구팀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신소재공학과 파라한즈 하프트랑(Farahanz Haftlang) 박사와의 연구를 통해 금속 연구의 오랜 난제인 강도-연신율 상충관계를 극복하고, 고강도 · 고연신 합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항복강도(yield strength)는 금속 등 재료가 변형되기 시작하는 최소한의 응력을 말한다. 재료의 내구성과 구조적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항복강도를 높여야 하는데, 보통 금속 내부에 작은 입자인 ‘석출상’을 형성해 미세구조를 강화한다. 그러나, 이 경우 석출상의 구조가 금속 기본 구조와 달라 강도가 높아질수록 연신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처럼 ‘강도’와 ‘연신율’은 서로 상충관계에 있어, 두 특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김형섭 교수팀은 ‘스피노달 분해(Spinodal Decomposition)’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학계에 보고했다. 이 현상은 고용체*1가 두 상으로 자발적으로 분리되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나노 규모의 구조를 형성한다.
이번 연구에서 철 기반의 중엔트로피 합금에 구리(Cu)와 알루미늄(Al)을 도입하여 나노 규모의 주기적인 스피노달 분해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변화는 구조적 변형에 대한 저항을 높이는 스피노달 경화(Spinodal Hardening) 현상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형성된 미세구조가 재료의 강도를 증가시켰다. 또, 균일하게 배열된 이 미세구조는 재료의 변형을 분산시키고, 국소적 변형을 줄여 강도를 높이면서도 연신율을 유지하도록 도왔다.
실험 결과, 연구팀의 기술을 적용한 합금은 기존에 비해 높은 구조적 정합성을 보였으며, 1.1GPa(기가파스칼)의 항복강도를 기록했다. 이는 스피노달이 발생하지 않은 기존 시편에 비해 187% 향상된 수치이며, 무엇보다 이처럼 항복강도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연신율(28.5%)을 유지했다. 재료의 강도와 연신율을 동시에 개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형섭 교수는 “조성이 복잡한 합금에서 스피노달 구조의 기계적 물성을 확인했다”라며, “고강도·고연신 합금 기술은 항공우주와 자동차, 에너지, 전자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 경량화와 내구성 향상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진하는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과 선도연구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0078-6
1. 고용체
금속 재료나 합금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한 종류의 원자(용질 원자)가 다른 종류의 원자(용매 원자) 사이에 균일하게 분포된 고체 상태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