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화공 조길원 교수팀, 버널적층 그래핀으로 밴드갭 제어 성공
[‘브레이크’ 모르는 그래핀, 다층구조로 “길들인다”]
흑연의 원자 한 층인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실리콘 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빨리 이동시킨다. 그런가 하면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최고의 열전도성을 가진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전도성이 높을 뿐 아니라 투명하며 신축성까지 뛰어나 전자소자로서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꿈의 신소재’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바로 이 그래핀에 전류의 흐름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성질인 밴드갭이 없어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류를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없다면 전자소자로서 사용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다.
화학공학과 조길원 교수팀이 이런 ‘브레이크’ 없는 그래핀을 버널적층*1 형태의 다층으로 합성하는 한편, 밴드갭을 만들어 그래핀과 기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해법을 마련했다. 세계적 소재 전문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지 표지논문으로 학계의 화제를 모은 이 연구성과는 그래핀을 이용한 웨어러블・플렉서블 소자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반도체 소자들은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이는 반도체 물질이 가진 밴드갭(Band Gap)이란 특성 덕분인데, 이 밴드갭은 물질 속에서 전자가 존재하는 에너지 레벨과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 레벨 사이의 차이를 말한다. 표현하자면 전자들이 모여 있는 부분과 전자들이 전혀 없는 부분이 밴드갭이란 공간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이 공간을 자유전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전기를 통하게 하는 원리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전기가 잘 통하며(전도성 물질), 멀면 멀수록 전기가 통하지 않게 된다(부도체). 반도체는 그 차이가 적당해 열이나 빛, 전기작용 등을 통해 전기를 통하게 할 수도, 통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전자소자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아주 훌륭한 특성을 가진 물질, 그래핀의 유일한 단점이 바로 이 밴드갭이 없어 전류를 전혀 조절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는데, 조길원 교수팀이 주목한 것은 버널적층(Bernal-stacking)된 그래핀 구조다. 이 형태의 그래핀은 외부전기장에 의하여 변화하는 밴드갭을 갖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화학기상증착법으로 그래핀을 만들면 구조가 제어된 여러 층의 그래핀을 만들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구리 기판 뒤에 얇게 니켈 박막을 붙이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촉매를 이용, 밴드갭을 제어할 수 있는 다층 그래핀을 만들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래핀의 층수도 아주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웨이퍼 면적으로 합성했을 때에도 96.3%의 높은 균일도를 가져 상용화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
연구를 주도한 조길원 교수는 “밴드갭이 제어된 다층 그래핀 합성기술은 상용화에 직결되는 중요한 원천기술”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래핀을 이용한 플렉서블 전자소자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 지원으로 수행됐다.
1. 버널적층
적층 배열로, 위에 있는 그래핀 층의 육각-탄소 고리에 있는, 하나 걸러 하나씩의 탄소가 아래 그래핀 층의 육각-탄소 고리의 중심에 놓이는 배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