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화공 한지훈 교수팀, 이온성 액체, ‘흔들지 마시오’

2024-07-03 329

[POSTECH · 한국화학연구원 · 전남대, 혁신적인 이온성 액체 합성 · 정제 기술 개발]

두유처럼 침전물이 있는 제품 겉면에는 혼합물이 잘 섞이도록 흔들어 마셔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이 다 섞이지 않아야 좋을지도 모른다. 최근 POSTECH · 한국화학연구원 · 전남대 연구팀이 잘 섞여 있는 혼합물을 분리하는 기술로 공정을 개선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학공학과 한지훈 교수 연구팀은 한국화학연구원 CO2에너지연구센터 박지훈 센터장, 김수민 책임연구원, 최명호 연구원, 전남대 변재원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이온성 액체를 효과적으로 합성하고, 정제하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I&EC research(Industrial & Engineering Chemistry Research)’ 온라인판 표지 논문으로 최근 게재됐다.


이온성 액체(ionic liquid)는 이온 간 강한 전기적 상호작용으로 인해 상온이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액체인 상태를 유지하는 염이다. 일반적인 염과 달리 불연성과 낮은 휘발성, 열적 · 화학적 안정성 등 독특한 특성을 나타내며, 그 덕분에 촉매나 전해질을 포함한 산업 분야에서 유망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bmim][BF4]*1는 안정성이 높고, 독성이 낮아 가장 많이 연구되는 이온성 액체 중 하나다. 그러나, 합성 과정에서 LiCl(염화리튬)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이 매우 복잡하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어 기술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이온성 액체인 [bmim][BF4]을 기존 방식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합성하기 위해 할로겐 원소가 결합된 할로카본(Halocarbon) 냉매*2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염화디플루오로메탄(chlorodifuoromethane, 이하 Rf-22)을 상 분리 매개체로 활용하여 메틸이미다졸(methylimidazole)을 포함한 혼합물이 물과 기름처럼 두 층으로 분리되도록 유도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bmim][BF4]와 물, 할로카본 혼합물의 비율을 다양하게 조절하면서 상 분리 현상을 관찰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삼원상 다이어그램(ternary phase diagram) 모델에 적용했다. 세 가지 종류의 성분이 포함된 혼합물 조성과 상(phase)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이 모델은 각 성분 비율에 따라 혼합물이 어떤 상을 형성하는지 예측하는 데 활용되는 도구다.

삼원상 다이어그램 모델링을 통해 연구팀은 99% 이상의 고순도 [bmim][BF4]를 생성하고, 합성 반응에 참여하지 않은 메틸이미다졸이 포함된 층을 효과적으로 회수해 이를 재활용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어,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정제 기술의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한 공정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하루 1톤(t) [bmim][BF4] 생산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분석한 결과, [bmim][BF4]의 최소 판매 가격은 톤당 약 12,000달러로, 이는 기존 공정 기술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 기술 상업화의 가능성도 입증한 것이다.



한지훈 교수는 “이번 연구가 이온성 액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온성 액체의 상업화를 앞당기고, 산업화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또, 한국화학연구원 김수민 책임연구원은 ”이 기술은 다른 용매에도 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이온성 액체를 고순도로 합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신진연구 사업 및 한국화학연구원 기본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acs.iecr.4c01218


1. [bmim][BF4]
1-Butyl-3-methyl Imidazolium Tetrafluoroborate(1-부틸-3-메틸이미다졸리움 테트라플루오로보레이트), 여기서 ‘[’, ‘]’는 이온을 나타내는 기호다.

2. 할로카본 냉매
할로겐 원소가 결합된 탄소 기반 화합물로, 냉장고, 에어컨, 산업용 냉각 시스템 등에서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