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화학 박수진 교수팀, 200번 늘였다가 줄여도 끄떡 않는 배터리

2020-09-10 919

– POSTECH-UNIST, 야누스 전극 이용해 연신성 아연-은 이차 전지 개발
– 하나의 전극에 양극과 음극이 공존…고무줄 같은 배터리 실현 가능성 열어

이제는 IT 기술을 몸에 착용하는 시대가 왔다. 통화, 문자를 송수신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에서부터 운동량이나 심박수를 측정해주는 바이오 센서, 약물이나 호르몬을 조절해주는 스마트 패치, 정보통신과 헬스케어 기능을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 등 다양한 기능을 심은 기기들을 옷이나 안경, 시계와 같은 형태로 몸에 착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웨어러블 기기는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변형되는 부분의 불안정성과 이에 맞춰 다양한 형태에 적용될 수 있는 배터리가 없다는 것 때문에 아직은 일부 형태에 머물러 있다.

화학과 박수진 교수, 송우진 박사(현.충남대학교 유기재료공학과 교수), 박사과정 이상엽씨 연구팀과 UNIST(울산과학기술원) 송현곤 교수, 황치현 박사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하나의 전극에 양극과 음극이 동시에 존재하는 ‘야누스 페이스 전극(Janus-faced electrode)’을 이용해 늘여도 성능이 유지되는 배터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최근 소개됐다.

다양한 신체 움직임 아래에서도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없고, 착용감이 뛰어난 웨어러블 전자기기를 구현하기 위해 변형된 형태에서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은 연구자들의 오랜 도전 과제이다.

수계 전해질을 기반으로 한 아연-은 전지(zinc-silver battery)는 우수한 출력과 에너지 밀도, 안전성을 보여 웨어러블 기기의 전원 소자로 사용되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연-은 배터리를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신축성과 전지의 안정적인 수명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의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마치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로마신화의 신 ‘야누스’처럼 양극과 음극이 한 전극에 구성된 ‘야누스 페이스 전극’을 사용하여 연신성(延伸性, 늘어나는 성질) 아연-은 이차 전지를 개발했다.

야누스 페이스 전극은 우수한 물성(200% 연신 조건에서 200번의 반복적인 연신, 수축 과정) 및 연신 상황에서도 뛰어난 전기 전도도(100% 연신 조건에서 2.1 Ω)를 보였다. 또한, 야누스 페이스 전극의 독특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아연의 수지상 성장 및 내부 단락을 예방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야누스 페이스 전극을 기반으로 제작한 연신성 이차 전지는 우수한 수명 특성(200번의 충·방전 사이클 후 초기 용량의 90% 유지)을 보였다. 더욱이,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연신성 전지는 200%의 연신 조건 아래에서도 신축성 전원 소자로서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그간 다양한 접근으로 늘어나는 배터리를 연구해온 박수진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연신성 아연-은 배터리는 높은 안정성과 향상된 전기화학적 성능을 보인다”며 “배터리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웨어러블(wearable) 기기에 적용된다면 ‘입는 컴퓨터 시대’가 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소프트 일렉트로닉스연구단 글로벌 프론티어사업, 한국연구재단 창의도전연구과제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