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화학 이인수 교수팀, 뚜껑 열었다 닫았다 하며 세포 기능 조절하는 나노 구조체 합성

2021-06-29 852

– 화학-효소 구획된 실리카 나노 반응기 설계
– 살아있는 세포 내부 인공 촉매 세포 기관으로…세포 기능 조절 가능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일상으로의 복귀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희귀 혈전증 같은 예기치 못한 부작용 때문에 두려움 또한 커지고 있다. 생명 활동은 체내의 물질이나 에너지가 이동하면서 유지되는데, 특정 효소나 보조 인자를 수용하기 위한 세포 기관이나 세포의 핵심 구조가 존재해 화학반응이 조절된다. 세포를 모방한 인공 소기관과 같은 합성 촉매의 활성과 효소의 특성을 모두 갖는 나노 반응기는 약물과 같은 병원체에 대해 신체에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자연의 거울상 이성질체 생체 활성 분자를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플랫폼을 생성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플랫폼을 위한 합성 촉매와 효소의 기능을 동시에 갖는 나노 반응기는 보고된 적이 없다.

최근 POSTECH 연구팀이 세포 내에서 인공 소기관과 같이 작용하면서 하나의 거울상 이성질체를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화학-효소 나노 구조체를 합성했다.

화학과 이인수 교수, 아미트 쿠마(Amit Kumar) 연구교수, 박사과정 김선옥 씨 연구팀이 세포 안에서 거울상 이성질체의 선택적 합성을 수행하기 위한 인공 소기관과 같은 실리카 나노 반응 구조체(SiJAR)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성과는 화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앙게반테케미(Angew. Chem. Int. Ed.) 표지 논문(Front Cover)으로도 선정돼 21일 온라인에 게재됐다.

세포 내 응용을 위한 나노 구조체를 설계하는데 있어 우선 고려해야할 점은 비활성화로부터 효소를 보호하는 것과 함께 촉매 나노 결정의 반응 표면을 안정적으로 공동 국소화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촉매 나노결정이나 효소 또는 둘 모두를 수용하는 자연 유래 중공(中空, 속이 빈) 나노 구조체의 촉매 작용은 실험적으로만 입증됐을 뿐 생체에 적용되지 못했다. 미세 다공성의 밀폐된 나노 구조체의 경우, 외부의 촉매 나노결정이나 단백질과 같은 대형 생체 분자를 내부로의 수용을 제한해 공동 국소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시공간적으로 제어되는 열 변환 화학을 이용해 반응기 일부분의 화학적 조성을 변경하여 화학적 반응이 가능한 금속 규산염 뚜껑이 있는 둥근 항아리 모양의 SiJARs를 합성했다. SiJAR의 분할된 구성으로 인해, 갈바닉 반응으로 뚜껑 부분에 다양한 귀금속 촉매(Pt, Pd, Ru)들이 선택적으로 치환될 수 있다. 이후, 온화한 산성 조건 또는 세포 내 환경에서 뚜껑이 열리게 되고, 뚜껑의 잔류 금속 촉매를 내부로 이동시키면서 뚜껑 부분은 넓은 통로를 형성한다. 이러한 열린 구조는 대형 효소를 수용하여 캡슐화를 더욱 용이하게 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나노 반응기는 생체 적합성이 높은 실리카로 이루어져 있고, 촉매 나노결정이나 대형 생체 분자를 개방형 실리카 반응기 안에 보호함으로써 효소-금속 협력 전이 상태 안정화를 통해 높은 거울상 선택성으로 비대칭 알돌반응*1을 수행했다. 또한, 살아있는 세포 내부에서도 안정적으로 반응을 수행하여 인공 촉매 세포 기관으로서도 기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정교한 고체상 변환 전략을 통해 맞춤화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화학 효소 나노 반응기는 세포 내 소기관과 유사한 구조 및 기능을 갖으며, 실제 세포 내에서 국소적으로 활성을 보이는 치료제나 이미징 프로브를 합성하는 것과 같은 자연 촉매 작용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 선진 바이오 이미징, 치료에 쓰일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이인수 교수는 “고유한 나노 공간 한정 반응(NCCR)*2)“을 이용한 연구결과로 세포의 기능을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 창의·도전연구 기반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1. 비대칭 알돌반응
비대칭 알돌반응은 알돌반응에서 하나의 거울상 이성질체로의 선택적 합성을 하는 반응을 말한다. 왼손과 오른손처럼 좌우가 서로 뒤집혀 대칭을 이루는 것처럼 분자식은 같지만 구조가 다른 화합물을 거울상 이성질체라고 하며, 두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가지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것이 비대칭 반응이다. 만들어지는 두 거울상 이성질체의 양의 차이가 클수록 거울상 선택성이 높다고 한다. 알돌반응은 두 개의 카보닐화합물 (산소-탄소 이중결합을 갖는 물질)이 결합하여 새로운 탄소-탄소 결합을 만드는 반응 중의 하나이며, 반응 결과물로 두 가지 거울상 이성질체가 만들어질 때 반응 과정에서 중간체 구조의 안정성과 입체 장애(분자 내 서로 접근 해 존재하는 원자단 사이의 반발력 때문에 불안정해짐)에 의해 최종 생성물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결정된다.

2. 나노 공간 한정 반응(NCCR)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제한된 공간 내에서 나노입자 및 주변의 화학반응(고체상·용액상·인접한 표면)을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