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POSTECH의 연구성과] 생명 조윤제 교수팀, 단백질 구조 밝혀 암 퇴치한다

2019-10-18 1,304

국내외 과학자들은 암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암세포만을 공격해 치료하거나, 또는 암을 미리 예방하는 연구를 수십 년 동안 해왔다. 아직까지 암을 완벽하게 퇴치하지는 못했지만 원인이나 치료법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

세포분열 제어하는 단백질 밝혀내

암의 원인 중 하나는 세포분열 시 제어하는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이다. 만약 DNA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세포분열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세포가 한 번 분열하는 주기 동안 DNA가 끊임없이 복제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의 몸에서는 세포주기마다 DNA 복제가 한 번만 일어나도록 제어하는 ‘라이센싱’이 일어난다. 이전까지는 단백질인 ‘제미닌’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과정은 알 수 없었다.

2004년 조윤제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X선 회절법과 생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제미닌의 3차 구조를 최초로 밝혀냈다. 관찰 결과 제미닌은 긴 전화선 두 개가 꼬여 있는 듯한 모양으로 앞부분이 DNA 복제에 관여하는 Cdt1이라는 단백질과 강하게 붙어 있었다. 세포주기가 시작되면 제미닌은 Cdt1과 결합하고, 다른 단백질이 Cdt1에 붙는 것을 방해해 또 다른 DNA가 복제하지 않도록 막는다. 만약 제미닌이 DNA 복제를 제대로 제어하지 않으면 염색체가 불안정해지면서 암 같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암을 퇴치하는 실마리를 찾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줬다.

손상 DNA 고치는 두 단백질의 만남

조 교수팀은 인체 내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손상된 유전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치유되는지 단서를 발견해왔다. 종양을 억제하는 단백질복합체인 Mus81-Eme1, Mre11-Rad50, FAN1 단백질들이 어떤 3차원 구조를 갖고 있는지 밝히고, 생체 내에서 손상 유전자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치유하는지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세포는 자체 시스템으로 손상된 DNA를 찾아 고친다. 이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 암이 생길 수 있다. 이때 DNA에서 손상된 부위를 인식하고 치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일련의 유전자 손상 치유 효소들이다.

조 교수팀은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손상 유전자 치유 효소인 Mus81-Eme1과 Mre11-Rad50, FAN1 등의 분자 구조를 밝혔다. 이 효소들이 어떤 기작을 거쳐 유전자에서 손상된 부분, 즉 십자형 유전자나 두 동강 난 유전자, 염기 두 개가 서로 묶인 유전자를 특이적으로 찾아내 정확하게 자르고 정상적으로 치유하는지 자세한 과정을 최초로 밝혀냈다.

“좋은 과학자가 되려면 항상 호기심을 갖고 노력해라”

조윤제 교수는 “연구를 하다가 어려움을 만나면 산을 하나하나 넘어간다는 생각으로 연구실 제자들과 함께 지혜롭게 이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과는 무관하게 본인이 궁금한 분야를 소신껏 연구하는 과학자가 진정한 과학자라고 생각한다.” 며, “좋은 과학자가 되려면 항상 호기심을 갖고, 그것을 스스로 풀기위해 노력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