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8 여름호 / 문화 거리를 걷다 / 심장을 울렸던 DJ를 향한 꿈
심장을 울렸던 DJ를 향한 꿈
헤드셋을 한 쪽에만 비스듬히 걸치고 비트에 맞춰서 몸을 움직인다. 현재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노래와 다음 나올 노래의 비트를 맞춘 뒤 볼륨 페이더를 올린다. 장비를 몇 번 만지작하니 노래가 박재범의 ‘몸매’에서 Crush의 ‘Oasis’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사람들이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지르며 춤을 추기 시작하고 DJ에게 최고라는 듯 ‘엄지 척’ 사인을 보낸다. 이 맛에 디제잉을 멈출 수가 없다.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EDM)에 관심이 생겼던 건 고등학교 때 Skrillex의 Bangarang 을 듣고 난 후였다. Dupstep 특유의 강렬한 멜로디와 모든 걸 때려 부수는 듯한 베이스라인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공부할 때에도 이러한 노래들을 들으면서 페스티벌에서 뛰어노는 미래를 상상하기도 했었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홍대에 놀러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날 처음 가봤던 클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EDM을 틀던 DJ의 모습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DJ가 선곡한 노래가 그 공간 속에서 있던 모든 사람들을 뛰게 만드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DJ가 되어 저 단상 위로 올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EDM 불모지와 같은 포항에서는 디제잉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땅치가 않았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었기 때문에 일단 돈을 모아서 초급 장비를 구매했었다. 유투브로 DJ 영상을 보면서 따라했고 방에서 혼자 장비를 만지작거리면서 언젠가 무대에서 노래를 틀며 사람들의 환호성을 듣는 상상을 했다. 그렇게
2개월 정도 혼자 독학을 하고 있는데 기회가 찾아왔다. 내가 디제잉을 한다는 사실을 어디서 들었는지 학과회장이 종강총회에서 음악을 틀어 달라고 권유를 한 것이다. 비록 미숙했지만 생애 처음 무대였기 때문에 준비를 열심히 했고 행사 당일 매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교내 다양한 행사에서 음악을 틀면서 교내 DJ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독학의 한계를 느꼈던 나는 더 큰 무대를 위해 3학년을 마치자마자 휴학을 했고 연세대학교 전자음악동아리(EAT)에 들어갔다. 그리고 우연히 Redbull에서 후원하는 DJ프로그램에 합격하여 국가대표 디제이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배우고 도전하면서 꿈에 그리던 홍대, 이태원, 강남 세 곳에서 모두 플레이를 해볼 수 있었다. 그 다음 학기에 교환학생으로 인도에 갔었는데, 그곳에서도 나는 끝없이 도전을 했다. 우연히 인도 DJ크루에 들어가게 되어 5성급 호텔 클럽에서 노래를 틀기도 했다. 귀국하기 전에는 내 DJ Name을 걸고 K-pop Night을 진행 했었는데 풍문으로는 그날 클럽의 매출이 최대치였다고 한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하자마자 EAT 멘토로 활동할 수 있었고, 교내 축제 무대에서도 음악을 틀 수 있었다.
힘든 고등학생 시절, 다들 대학에 가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며 본인의 현실을 위로하곤 한다. 실제로 대학생활이 자유롭기는 하지만 과제량과 공부량에 치여 많은 대학생들이 과거에 꿈꿔왔던 삶을 이루지 못한다. 나는 그런 점에서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디제잉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한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한 번쯤은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취미를 즐기며 화려한 대학생활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홍성호 | 생명과학과 14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