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1 여름호 / 포스텍 연구실 탐방기

2021-07-20 95

POSTECH  나노스케일 포토닉스 및 통합생산 연구실

빛과 파동의 극한 제어를 향하여
Nanoscale Photonics & Integrated Manufacturing Lab

 

휴대 전화, 와이파이, 광섬유, 전자레인지, 그리고 태양 전지 이 다섯 가지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s)를 이용하는 디바이스라는 점이다. 와이파이에 사용되는 무선 주파수의 전파도, 태양 전지에 흡수되어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는 빛도 모두 빛의 속도로 공간상에 전파하지만, 진동수가 다른 전자기파에 해당한다. 이처럼 전자기파는 우리 주변에서 항상 존재하며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 삶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편의들은 전자기파를 어떻게 생성할 것인지,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감지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자들의 노력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OSTECH의 나노스케일 포토닉스 및 통합생산 연구실(이하 Rho’s Research Lab)에서는 전자기파(파동)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전자기파를 극한으로 제어하는 메타 물질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메타 물질이란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은 광학적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된 물질로, 작동 파장의 길이보다 훨씬 작은 메타 원자(meta-atoms)로 구성되어 있다. 메타 원자들의 구조와 크기, 주기적 배열 등에 따라 독특한 물성을 인공적으로 구현 가능하며, 이를 이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빛을 제어하는 새로운 메커니즘들이 발견되고 있다. 메타 물질을 이용해 빛을 심하게 휘게 하는 음의 굴절률이 그 예시 중 하나인데, 이는 흐르는 물이 단단한 돌을 만나면 굽이 돌아가듯이 빛이 물체의 가장자리를 따라 전파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경우 빛이 반사되지 않고 물체의 배경만 보이기 때문에 물체가 인식되지 않아 완전한 클로킹, 즉 공상 과학에서만 존재하던 투명 망토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메타 물질이 존재하는데, 그중 빛을 극한으로 집속시키는 쌍곡선 메타 물질은 본 연구실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이다. 쌍곡선 메타 물질은 빛을 에른스트 아베(Ernst Abbe)가 정의한 회절 한계 미만으로 집속하도록 설계된 구조체로, 금속과 유전체가 반복되어 적층된 비등방성 다층박막이 대표적인 구조이다. 본 비등방성은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서는 소멸하는 높은 공간 진동수의 성분들을 구조체 내로 전파할 수 있게 하므로, 한계보다 더 작은 물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본 연구실에서는 쌍곡선의 hyperbolic에서 이름을 따온 초고해상도 이미징 소자인 하이퍼 렌즈(Hyper lens)를 구현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를 통해 뉴런 세포를 실시간 이미징하는 데 성공하였다.

카이랄성(손 대칭성)이란 거울 상에서 서로 겹쳐질 수 없는 구조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용어로, 사람의 손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이다. 카이랄 구조의 경우, 일반적 대칭 구조와 다르게 서로 편광면을 서로 반대로 회전시키는 광학적 특성을 가지며, 이를 광학적 활성을 갖는다고 표현한다. 광학적 활성을 갖는 카이랄성은 메타 물질을 이용해서도 구현 가능하며, 이를 카이랄 메타 물질이라고 부른다(그림 2). 본 연구팀에서 손 대칭성을 만들기 위해, 포토리소그래피를 이용한 다층 공정으로 3차원의 금속 브리지 구조를 제작한바 있다. 일반적으로 메타 물질에서 메타 아톰의 크기는 작동 파장과 비례하는데, 제작된 메타 아톰의 경우 수십 마이크로미터로 대응되는 파장이 테라헤르츠(THz) 영역,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의 영역이었다. 후속 연구로 눈에 볼 수 있는 가시광 영역에서 손 대칭성을 구현하기 위해 더 작은 메타 아톰을 갖는 메타 물질을 만들어 보고자 하였고, 이에 전자 빔 리소그래피를 이용하여 수백 나노의 크기를 갖는 3차원 브리지 구조를 제작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전자 빔 리소그래피 패터닝 공정은 표본 제작에 수백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제한적 응용만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리소그래피 공정 없이 카이랄 펩타이드와 금 나노 입자의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수백 나노 크기의 카이랄 금 나노 입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본 카이랄 금 나노 입자는 기존의 카이랄 메타 물질과 비교하여서도 매우 큰 광학적 활성을 갖는 것이 확인되었고, 입사하는 편광 빛의 상태에 따라 맨눈으로 식별 가능한 색 변화를 발생시키기도 하여 새로운 개념의 금속 나노 입자 기반 색 필터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위에 소개된 인공적으로 제작 가능한 카이랄 메타 물질은 위상 광학(topological photonics)에 적용 가능함이 밝혀져 왔는데, 이에 따라 카이랄 메타 물질을 이용한 위상 광학 연구 또한 다수 수행 중에 있다. 대표적으로 본 연구실에선 계면을 따라 진행하는 빛이, 산란을 유도하는 흠이 있더라도 산란하지 않고 진행하는 위상 광도파로를 구현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메타 물질의 2차원 버전인 메타 표면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및 가상, 증강 현실 응용을 위한 초박막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본 연구팀은 메타 표면을 이용하여 나노구조체의 산란을 기반으로 색을 내는 구조색이나 공간상에 홀로그램 이미지를 재생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자를 설계 및 제작하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메타 표면의 초박막 및 초집적 특성은 가상, 증강 현실 장치에 사용되는 많은 광학 소자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이런 기대를 기반으로 다방면의 실용화에 중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그림 3). 또한 메타 물질과 메타 표면의 효율적 설계를 위해 딥러닝을 적용하기도 하였는데, 딥러닝으로 학습된 모델은 인간이 쉽게 떠올리기 어려우면서도 요구된 광특성을 갖는 다양한 설계도를 제공해 주는 역설계를 수행해준다는 점에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위에 제시된 다양한 메타 물질 및 메타 표면 연구의 발전과 성숙은 결국 공정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본 연구실에서는 설계된 메타 물질을 제작하기 위한 차세대 나노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 예로 기존 나노임프린팅(NanoImprinting)에서 필수적인 식각 공정 없이 단일 공정만으로 나노 구조체를 패터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고(그림 4a), 나노 구조를 도미노처럼 쓰러뜨렸을 때 생기는 틈을 이용하여 굉장히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가지는 나노 구조체를 형성하는 도미노 리소그래피 공정을 제안하였다(그림 4b). 최근에는 금속 에어로졸 나노 입자를 이용하여 다양한 3차원 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는 3차원 나노 프린팅 공정을 개발하였다(그림 4c).

기존 3차원 구조체의 제작에는 여러 번의 리소그래피 공정이 요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본 공정은 단일 공정으로 기존에 제작 불가능했던 다양한 3차원 구조들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후 메타 물질 분야의 발전을 가속할 수 있는 연구라 생각된다.

이처럼 나노스케일 포토닉스 및 통합생산 연구실에서는 메타 물질을 이용하여 전자기파를 극한으로 제어하고 이를 제작하기 위한 차세대 나노 공정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메타 물질을 차세대 산업에 응용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앞서 다룬 바와 같이 나노 광학 분야에는 여러 학문 간의 협력이 요구되고, 이에 따라 본 연구실에는 기계, 화학공학뿐만 아니라 물리학, 전자공학의 배경을 가진 연구원들이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분야 발전에 힘쓰고 있다. 늦지 않은 미래에 본 글을 읽고 있는 미래의 포스테키안 또한 경이로운 빛의 세계를 함께 꿈꾸고 탐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랩큐멘터리> 더 많은 이야기 만나보기

글.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장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