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4 181호 / 최신 기술 소개

2024-04-30 257

[제4의 상 ‘네마틱’  최초 관측]

그림 1. 사각격자 이리듐 산화물에서 사극자 질서

고체, 액체, 기체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은 상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양자 상태에서 제4의 상 네마틱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네마틱이란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물질로, 액체와 같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시에 고체처럼 분자의 배열이 규칙적입니다. 또한, 네마틱은 4개의 극을 가지고 있는데요. 자석이 2개의 극으로 자기 쌍극자를 형성하는 것과 유사하게, 사극자의 전하 분포를 관찰하면 전하의 부호가 서로 다른 네 전하가 형성하는 전기 퍼텐셜의 형태를 보입니다. 사극자의 전하 분포는 자석의 쌍극자처럼 자성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전자 운동에 의한 양자 스핀이 특이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물질과 다른 물리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요. 고체와 액체의 성질을 모두 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전부터 네마틱 상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되어 왔었지만, 관측장비의 한계로 실제로 검출해 내지 못하고 이론적으로만 존재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포스텍 김범준 교수팀은 미국 아르곤연구소와 협업해 개발한 새로운 장비 ‘RIXS’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가속기 빔라인 등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고온 초전도체 후보물질로 꼽히는 이리듐 산화물(Sr2IrO4)에 X선을 조사하며 양자 스핀을 관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30~260K의 온도 범위에서 그림 1과 같이 이리듐 산화물의 스핀 네마틱1 상을 관찰했습니다. 스핀 네마틱 상의 독특한 전하 분포는 강한 양자 얽힘2을 일으키는 다양한 스핀 액체 발견의 단서가 된다고 합니다. 스핀 액체는 양자 얽힘이 강한 물질의 상태를 말하는데요. 양자 얽힘이 강한 물질은 양자컴퓨터 등 양자 정보 기술에의 활용성이 매우 높습니다. 스핀 액체로 만들어진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미래가 머지않은 것 같네요!

[각주]
1. 네마틱에서 스핀에 의한 분자 축의 배향 순서를 포함한 상태
2. 두 입자가 먼 거리에 있어도 계속 연결되어 한 입자에 행해지는 작용이 다른 입자에게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하는 물리적 현상
[참고 자료 & 그림 출처]
B. J. Kim, J. W. Kim, and H. Kim, “Quantum spin nematic phase in a square-lattice iridate,” Nature, December 13, 2023

 

 

[그래핀 반도체의 발견]

그림 2. 특수한 용광로를 이용한 에피택셜 그래핀 제작

여러분은 그래핀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그래핀은 탄소 동소체3 중 하나로, 열전도도가 높고 전기 전도도는 낮아 꿈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반도체의 필수적인 특성인 ‘밴드 갭(Band Gap)’4이 없어서 전자 재료로 활용하기 어려웠는데요. 밴드 갭이 없다는 것은 원자핵에 결합한 전자가 큰 에너지 소모 없이 자유 전자가 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전자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게 하고 결국 전자 재료로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조지아공대(Georgia Tech) 물리학과 월터 드 히어(Walt A. de Heer) 교수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탄화규소(Silicon Carbide) 웨이퍼에 성장시킨 에피택셜 그래핀(Epitaxial Graphene)5으로 기능성 반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탄화규소 웨이퍼 표면에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여 밴드 갭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기존에 반도체로 사용되던 탄화규소는 그래핀보다는 전기전도도가 낮지만 밴드 갭이 존재하는 물질인데요. 탄화규소를 그래핀에 결합해 그래핀이 밴드 갭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해당 과정은 그림 2에 나타나 있는데요. 전자기장을 이용해 가열된 탄소 기체를 표면에 부착시켜 에피텍셜 그래핀을 생성시킵니다. 에피택셜 그래핀 반도체는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전자 이동성이 10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는 전자가 매우 낮은 저항으로 이동해 반도체의 작동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팀은 그래핀 반도체가 점점 더 빨라지는 컴퓨팅 속도와 전자기기의 극소형화로 인해 한계에 직면한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10년 뒤 쯤엔 그래핀 반도체로 이루어진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있을까요?

[각주]
3. 한 종류의 원자로만 이루어졌으나 그 원자들의 배열순서나 배열구조가 달라 성질이 다른 물질
4. 띠 이론에서 원자가 띠와 전도 띠 사이 틈을 말함
5. 다른 물질의 표면에 그래핀 결정을 갖도록 성장시킨 것
[그림 출처]
Georgia Tech, “Researchers Create First Functional Semiconductor Made from Graphene,” Georgia Tech Research Horizons (blog), March 5, 2024,
Walt A. de Heer et al. “Ultrahigh-mobility semiconducting epitaxial graphene on silicon carbide,” Nature. 2024

 

 

[공포 기억을 조절하는 신경 세포 확인]

그림 3. LCD-eGRASP 기술을 이용한 인접 뉴런 간 시냅스 표지

오싹한 공포영화를 보고 무서운 장면이 계속 떠올라 잠을 설쳐본 적이 있으신가요? 심한 공포에 대한 기억은 트라우마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최근 공포에 대한 기억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규명되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공포 기억 관련 연구는 신경세포와 시냅스6 수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인접 신경세포 간 시냅스는 너무 좁아 메커니즘을 관찰하는 데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어, 대부분의 연구는 비교적 시냅스가 넓은 흥분성 신경세포7와 관련된 연결만을 다루었습니다. 그 결과 전체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최근 기초과학연구원 강봉균 연구팀은 그림 3처럼 뇌의 한 영역 내에 있는 인접 신경세포들 사이의 시냅스를 표지할 수 있는 ‘LCD-eGRASP’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시냅스의 경계를 더 명확하게 구분하여 신경세포의 활성화를 잘 파악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기저외측편도체8의 신경세포가 기억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습니다. 그 내용은 신경세포 중 소마토스타틴 인터뉴런9의 일부가 공포 기억이 형성될 때 특이하게 활성화되며, 이때 활성화된 뉴런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에 비해 더 높은 신경 흥분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인터뉴런의 신경 흥분성이 높아지면 더 많은 억제 호르몬을 분비하여 공포 상황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공포 상황에서 벗어나면 활성화되었던 소마토스타틴 인터뉴런의 흥분성이 낮아지며 공포 기억이 저장되었다고 합니다. 이 기술을 통해 뉴런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질병의 해결책으로써의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얼른 기술이 개발되어 공포영화를 보고도 꿀잠을 잘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각주]
6.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의 부분 중 자극을 세포 밖으로 전도시키는 돌기인 축삭의 끝부분과 다음 뉴런 사이의 틈으로, 신경전달물질이 오감
7. 뇌와 척수 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추신경계(CNS)의 신경 세포 유형
8. 감정을 관장하는 아몬드 모양의 뇌부위의 하측 바깥 부분으로 공포와 관련된 기억과 학습을 관장함
9. 억제 호르몬을 방출하는 중추신경계에서 발견되는 특정 유형의 억제 뉴런. 공포기억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방출함
[그림 출처]
TaeHyun Kim , Dong Il Choi , Ja Eun Choi at al, “Activated somatostatin interneurons orchestrate memory microcircuits,” Neuron. 2024 Jan 17.

 

 

[단파 적외선 신호 분석 가능한 유기 광소자 라이다 센서 개발]

그림 4. 단파 적외선에 의한 묶인 폴라론에서 자유 폴라론으로의 전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센서인 라이다(LiDAR)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요? 라이다는 빛을 사용하여 장애물과의 거리와 위치를 파악하는 등 자율주행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입니다. 이때 라이다는 적외선을 사용하는데요. 긴 파장을 지닌 적외선은 에너지가 작아 수증기와 먼지에 의한 산란 및 흡수의 영향을 덜 받는 성질을 갖기 때문입니다. 기존 적외선 센서는 무기 광소자10(Inorganic Photodiode)를 주로 사용했으나 재료의 가격과 제조 공정의 복잡성으로 가격 실용성이 떨어졌습니다. 그 대체제로 유기 광소자(Organic Photodiode)를 이용하려 했으나 비교적 낮은 전하 전도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포스텍 정대성 교수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도핑(Doping)11 과정을 추가했습니다. 연구팀은 먼저 도핑을 통해 묶인 폴라론12과 자유로운 폴라론을 만들었습니다. 그림 4의 i에서 볼 수 있듯이, 빛에너지를 감지하면 폴라론이 유기 광소자 분자에 결합하면서 분자 간 상호작용이 늘어나 이동성이 감소하고, 전기 전도도가 낮아집니다. 반면, 그림 4의 iii처럼 폴라론이 자유로우면 폴라론과 유기 광소자 분자 모두 전기 전도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전기 전도도가 높아집니다. 연구팀은 이 두 폴라론 상태 간 전환을 원활히 하도록 분자의 구조와 에너지 준위를 통제하여 최종적으로 기존 적외선 센서 대비 분석 성능이 100배 향상된 유기 광소자 적외선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이 라이다에 적용되면 더 싸고 안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탈 수 있겠어요!

[각주]
10.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능을 가지는 장치
11. 광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원자나 분자를 넣는 방식
12. 고체 상태의 물질에서 전자와 격자진동 간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전자

[그림 출처]
Dae Sung Chung, Sangjun Lee, Juhyeok Lee at al, “Shortwave Infrared Organic Photodiodes Realized by Polaron Engineering,” Advanced Materials, 28 November 2023

 

글. 무은재학부 23학번 29기 알리미 황현준